부처님 오신날을 경축학기 위하여 각자 정성껏 등을 공양하고 소원을 비는 행사는 부처님 당시부터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신라, 고려시대부터 정원 보름과 부처님 오신날 등, 사찰의 각종 행사에 등을 밝히고(연등) 막대기에 매달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제등행렬이 있었습니다. 

부처님 오신날 저녁,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스님을 비롯한 대중들은 남녀 노소 할 것 없이 법당 안팎에 걸어 놓은 등을 들고 줄지어 염불을 하면서 도량을 돈 뒤 거리로 나와 경건하게 제등행렬을 합니다. 

그 광경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원래 밤은 낮보다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까. 게다가 각양 각색의 은은한 등을 들고 줄지어 걸어가는 제등행렬은 한폭의 움직이는 유화입니다. 

육당 최남선 선생의 <조선상식문답>(1930년대)이라는 책에는 그 모습을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4월 8일은 부처님 나신 날이라 하여 처음에는 절간에서 경축하던 것이지만 고려 이래로 일반 민속이 이 날을 큰 명절로 하여 여러 가지 놀이를 베풀었고, 이씨조선에 들어와서는 이 날 낮에는 탈춤이라 하여 장난감 저자(시장)를 세워서 아이들의 기쁜 날을 만들고, 밤에는 관등이라 하여 성루 한복판에 큰 등대를 세우고 각색의 혼란한 등을 천 개 만 개 달고 밝은 초를 일제히 켜서 하늘의 성월과 더불어 빛을 다투게 하여 시민 상하의 가슴을 시원하게 하고, 각 가정에서는 집안 아이 수효대로 찬란하게 꿈니 등을 켜서 깜감한 밤이 이 날만은 환한 옷을 입었습니다."

육당이 살았던 1900년대 초의 모습이지만, 고려시대에도 부처님 오신날에는 각 가정마다 식구 수대로 등을 만들어 며칠 전부터 대문에 달아 놓았다가 불탄일 저녁이 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등을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경축하는 제등행사가 마치 민속행사처럼 성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60년대, 서울의 제등행사는 주로 동대문 운동장에 모여 불탄일 의식을 거행하고, 을지로 또는 종로를 통과하여 조계사까지 오는 코스였는데, 행사가 점점 커지고 또 부처님 오신날이 정식 공휴일로 제정(1975)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1976년부터는 장소를 여의도 광장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근래에 더 보기 좋은 것은 부처님 오신날 전부터 벌써 각 사찰마다 거리 양쪽에 수 킬로미터씩 등을 달아서 더욱 더 아름다운 밤거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윤창화)


Posted by 파노카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