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의 절들은 주로 높거나 깊은 산 등 명승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절이 주로 산에 있게 된 까닭은 조용하여 수행을 하기 좋기 때문입니다. 각종 소음이 들리는 도심이나 마을에서 사회의 모든 향락을 뿌리친 채 자신을 갈고 닦는 공부를 하기란 쉬운 것이 아닙니다. 

인도에서도 절은 대체로 마을에서 1킬로미터쯤 떨어진 숲 속에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걸식을 하여 생활하자면 마을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도 안 되고 또 수행을 하자면 산 속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중국과 한국에 와서도 절은 인적이 드문 높은 산악이나 깊은 산 속 등 명승지에 자리잡게 되었는데 이 역시 자신의 존재를 파악하는 것이 주 목적인 불교수행에 있어서는 현실적으로 세속과 멀리 떨어진 조용한 곳이라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산을 신령하게 생각하고 있던 고대 한국인들은 고구려 소수림왕 2년, 즉 372년에 불교가 들어오자 이 땅의 명산에 절을 짓고 탑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즉 고유의 산악신앙과 불교가 만나면서 한국불교는 저 먼 옛날부터 산과 불가분의 인연을 맺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절들이 이처럼 깊은 산 속이나 오지에 창건된 까닭은 각 시대의 역사적, 지리적, 또는 당시의 정치적 요인들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신라, 고려시대에는 산악은 물론 경주나 개성 등 도성을 중심으로 하여 도심에도 많은 사찰이 건립되었으나 조선시대에는 억불정책으로 인하여 산에만 건립되었고 그것도 새롭게 세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절은 그 위치에 따라 평지에 창건된 절(평지가람)과 산악에 창건된 절(산지가람)로 나뉩니다. 지금은 터만 남아 있는 경주 황룡사지와 부여 정림사지, 익산 미륵사지가 대표적인 평지가람입니다. 산지가람은 부석사, 해인사, 문경 봉암사, 오대산 월정사 등으로 큰 절들은 주로 산악에 세워진 경우가 많습니다. 

옛 스님들은 참선수도의 필요성 때문에 깊은 산 속에 절을 세우기도 했지만 산천의 형세가 사람의 성품을 좌우하고 국운의 성쇠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땅의 기운이 부족한 곳과 땅의 기운이 넘치는 곳에 탑과 불상을 모시고 절을 세워 지덕을 돕는다는 비보사탑사상에 의해서도 많은 절들이 산 속에 세워지기도 했습니다. (일지)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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