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에서 약 2킬로미터쯤 산길을 타고 올라가면 비로봉 아래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있습니다. 사방이 탁 트여 누가 봐도 천하 제일의 명당 같은 곳에 아담한 법당 한 채가 자리잡고 있지요. '적멸보궁'이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으레히 모셔져 있어야 할 부처님(불상)은 보이지 않고 탁자 위에 좌복만 단정히 놓여 있습니다. 

이곳이 암행어사 박문수도 감탄하고 돌아갔다는 일화가 깃든 그 유명한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입니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을 '적멸보궁'이라고 합니다. 적멸은 모든 번뇌가 남김없이 모두 다 없어져서 고요해진 상태, 즉 '깨달은 세계'를 가리키는 말이고, 보궁은 '보배같이 귀한 궁전'이라는 뜻으로, 최상의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 사리(유골)가 안치되어 있는 귀중한 곳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다섯 곳에 적멸보궁(5대 적멸보궁)이 있습니다.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 영월 법흥사 적멸보궁, 정선 정암사 적멸보궁, 설악산 봉정암의 적멸보궁, 경남 양산 통도사 적멸보궁이 그것입니다. 강원도에 4곳이 있고, 경상도에 한 곳이 있는데 그처럼 명산이 많은가 봅니다. 

적멸보궁엔 원래 불상을 모시지 않습니다. 왜 불상을 모시지 않는지가 궁금할 것입니다. 적멸보궁엔 불상보다 더 중요한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기 때문입니다. 즉 진신사리에 비하면 불상은 사람이 조성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불자들은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적멸보궁에서 기도를 많이 합니다. (윤창화)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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