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말씀]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불교말씀 2012. 7. 25. 16:17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연기를 보는 자는 진리를 보고
진리를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
처음으로 정각을 이룬 세존은 네란자라 강변의 보리수 아래 앉아 있었다. 한번 앉은 채 이레 동안 해탈의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이레가 지난 다음 선정에서 깨어나 초저녁 무렵에 다음과 같이 차례로 연기의 법을 관찰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
* 이것이 이른바 연기의 이론. 연기란 인연 생기의 준말인데, 하나의 존재는 홀로 독립해 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 의존하고 관계지어져 있다는 것. 이를 상의성 혹은 상관성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연기는 한마디로, 조건에 의한 발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물은 어떤 절대자가 창조해 놓은 것도, 자체의 힘만으로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 인과 연이 서로 의존하고 관계하여 결과를 이룬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연기설에서 보면, 모든 것은 어떤 조건이 모여 한때 그런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 그 조건이 바뀌는 데 따라 변하지 않을 수 없는 가변성을 지닌다. 영원한 존재는 없기 때문에 어디에도 집착할 만한 것이 못된다.
이를테면, 여기 두 묶음의 갈대단이 있다고 하자. 이 갈대단들은 서로 의지하고 있을 때는 서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없으면 이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두 개의 갈대단 중에서 어느 하나를 치워버리면 다른 갈대단도 따라서 쓰러지고 만다.
<상응부 경전>
연기의 도리는 내가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나 이외의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니다. 더구나 여래가 이 세상에 출현하거나 하지 않거나 연기의 도리는 상주불면하여 모든 세계에 머물러 있다.
여래들은 몸소 연기의 도리를 깨달아 최상의 깨달음에 이르고, 중생을 위해 그것을 해설하여 널리 밝힌다.
연기를 보는 자는 진리를 보고, 진리를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
연기를 보는 자는 법(진리)을 보는 사람이고, 참으로 법을 보는 이는 나를 보는 사람이다.
우리는 흔히 본 것, 배운 것,
계유율이나 도덕, 사색한 것에 대해서
자신 안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고서,
그것만을 집착한 나머지
그 밖의 다른 것은
모두 뒤떨어진 것으로 안다.
사람이 어떤 일에만 치중한 나머지
그 밖의 다른 것은 모두 유치하다고 본다면
그것은 대단한 장애라고
진리에 도달한 사람은 말한다.
그러기 때문에 수행승은
본 것, 배운 것, 사색한 것,
또는 계유율이나 도덕에
구애를 받아서는 안 된다.
지혜에 대해서도
계율이나 도덕에 대해서도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자기를 남과 동등하다거나
남보다 못하다거나
또는 뛰어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숫타니파타, 797~9>
* 자기의 입장이나 집단의 입장만을 절대화하여 거기에서 사물을 보려고 하면, 자기 편리한 대로밖에 볼 수 없다. 이처럼 독단적으로 사물을 보고 생각하는 것을 불교에서는 '견'이라고 한다. 악견, 사견, 편견, 선입견 등이 이를 말한다. 불교의 입장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 인식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하나의 생각을 절대화하는 것을 배제한다.
대 그림자 뜰을 쓸어도
먼자 하나 일지 않고
달이 물밑을 뚫어도
물위의 흔적조차 없네.
- 야보 <대 그림자 뜰을 쓸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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