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불평등한가

지금까지 쌓아온 행위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똑같을 수 없다


"어떤 이유로 인해서 사람들은 평등하지 않습니까? 즉 어떤 사람은 단명하고 어떤 사람은 장수하며, 자주 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건강한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밉상인데 어떤 사람은 귀염성이 있으며, 힘이 약한 사람도 있고 힘이 센 사람도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가난한데 다른 쪽에서는 부자가 되고, 어리석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진 사람도 있습니다."

"왕이여, 어째서 과일들은 그 맛이 똑같지 않을까요? 어떤 것은 시고 어떤 것은 쓰며, 어떤 것은 떫고 어떤 것은 단맛이 납니다."

"존자여, 그것들은 각기 다른 종자에서 나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왕이여, 그렇습니다. 사람들도 지금까지 쌓아온 행위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똑같을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저마다 자기 업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이어받으며, 그 업을 모태로 하고 그 업에 의존한다. 업이 생존을 비천한 것으로 혹은 존귀한 것으로 차별짓는다'고요."

<밀린다>

* 인간이면 그 누구를 막론하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이 인류의 이상인데, 현실사회에서는 그렇지 않고 온갖 불평등이 존재한다. 그에 대한 문답이 한때 북인도에 파견된 희랍의 밀린다왕과 수행승 나가세나 존자 사이에 벌어진 것. 업의 본성에 대한 이와 비슷한 문답이 <화엄경>에도 나온다. 


"중생은 흙과 물과 불과 공기 등 네 가지 요소로 되어 그 안에는 자아의 실체가 없고, 모든 존재의 본성은 선한 것도 아니고 악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째서 중생은 고와 낙을 받기도 하고 선하고 악한 직을 하게 됩니까? 또 어째서 잘생긴 사람도 있고 못생긴 사람도 있을까요?"

"그가 지은 업에 따라 과보를 받는 것이지만 그 행위의 실체는 없다. 마치 맑은 거울에 비친 그림자가 여러 가지이듯이 업의 본성도 이와 같다. 종자와 밭이 서로 모르지만 싹이 트듯이 업의 본성도 그와 같다. 많은 새가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듯이 업의 본성도 그와 같다. 지옥의 고통이 따로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듯이 업의 본성도 그와 같다."

<화엄경>


이 세상에는 산과 강과 골짜기와 평지에서 자라는 초목과 숲과 약초의 종류가 많지만 각기 그 이름과 모양이 다르다. 비가 내리면 모든 초목과 숲과 약초들의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이 두루 젖는다. 같은 구름에서 내리는 비지만, 그 초목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저마다 달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같은 땅에서 나고 같은 비에 젖지만 여러 가지 초목이 각기 다르다. 

<법화경>


바라보니 산에는 빛이 있고

귀기울이면 소리 없이 흐르는 물

봄은 가도 꽃은 남고

사람이 와도 새는 놀라지 않더라. 

- 야보 <산에는 빛이 있고>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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