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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29 [불교상식 54]불기는 언제를 기준으로 정해진 것입니까

불기는 부처님께서 80세의 일기로 열반에 드신 해를 기준으로 하여 정해진 것입니다. 올해(2001년)가 불기로 2545년이니까 부처님께서 80년 동안 중생을 교화하시다가 이 사바세계를 뒤로한 채 열반에 드신 지 꼭 2545년이 되는 셈입니다. 

불기에 대해선 구불기인 2900년대 설(3000년대 설이라고도 함)과 신불기인 2500년대 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2500년대 설의 신불기, 즉 현재의 불기가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67년 1월 1일부터였습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전통적으로 내려 오던 2900년대 설을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 (신불기를 쓰기 시작한 서기 1967년은 신불기로는 2511년이었고 구불기로는 2994년임)

신불기를 쓰기 1년 전인 1966년 8월 11일, 조계종 임시 중앙종회에서 불기 연대통일에 관한 안건을 토의하여 1967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불기를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면 왜 지금까지 멀쩡히 써 오던 정든 옛 불기를 폐기시키지 않고 새로운 불기를 채택하게 된 것일까요. 의아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5녀 전인 1956년에 11월 15일 네팔에서 제4차 세계불교도우의회(World Fellowship of Buddhists [WFB]: 1950년 5월 25일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창립된 세계 최대의 불교단체)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에서 각국의 불교대표들은 각 나라마다 달리 써 오던 불기 연대를 통일하자는 안건이 주 의제로 상정되었고 논의 끝에 보다 역사적 사실에 가까운 불기를 채택한 것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신불기입니다. 

당시 이 회의에 한국 대표로는 처음으로 참석했던 효봉, 동산, 청담스님은 세계 각국의 대표들이 채택한 불기가 역사적인 사실에 가깝다고는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쓰고 있는 불기와는 무려 483년의 차이(우리나라가 483년이나 앞섬)가 나므로 좀 당황해 하셨을 것입니다. 

세 어른스님은 귀국하여 이 문제를 논의하였습니다. 그러나 기존에 쓰고 있던 불기에 대한 향수도 많았고 주체성 없이 남의 나라 불기를 따라갈 필요가 있으냐는 스님도 많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쓰고 있는 옛 불기도 경전의 전거에 의해서 사용했던 것이고, 또 중국이나 일본도 옛 불기를 사용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신불기 사용에 관한 문제는 한동안 잠잠했습니다. 

그러다가 1960년대 중반 이후, 동남아불교국들과의 교류가 점차 활발해지면서 우리도 세계의 통일된 불기를 써야하지 않느냐는 당위론이 우세하기 시작하여 1967년 1월부터 신불기는 당당히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참으로 작은 샘물이 시대의 흐름을 타고 유유히 흘러 결국 대하를 이루어 왕좌에까지 오른 것입니다. 

이렇듯 역사의 발단은 늘 모퉁이나 소수에 의해 출발합니다. 혼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어쩌면 자기 변명일런지 모릅니다. 허나 옛 불기는 하루 아침에 눈물을 흘리며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새 불기가 공식적으로는 채택되었다 하더라도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주체성을 주장하는 스님들은 개인적으로 여전히 옛 불기를 사용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끝내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흐름을 더 이상 돌리지는 못했습니다. 올해(2001)의 구불기는 3028년입니다. (윤창화)


* 현재 동남아 불굑구에서는 올해(2001년)의 불기는 2544년인데, 우리나라는 2545년으로 1년의 차이가 있습니다. 연대를 통일하였는데 어째서 우리나라만 1년이 빠른지 알 수 없습니다. 무언가 착오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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