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상식 81]스님의 옷은 왜 회색입니까
불교말씀/불교상식 2012. 11. 8. 11:25 |현재 우리나라 스님들이 입고 있는 평상복은 저고리, 조끼, 바지, 두루마기, 동방의(저고리와 두루마기의 중간 형태) 등이며, 이를 가사와 장삼 같은 법복과 구분하여 '승복'이라고 부릅니다.
예부터 중국과 한국 스님들의 승복이 회색이었기 때문에 '검은옷 치'자를 스님과 승가의 이칭으로도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즉 '치문', '치도', '치납'이라는 용어들이 모두 불교나 스님들을 지칭하는 말로서 회색승복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이에 비해서 재가신자들은 흰색 옷을 그대로 입었기 때문에 '백의'라는 명칭으로 불렸습니다.
스님들의 옷 색깔이 회색인 까닭은 초기불교 교단시절부터 계유율로 제정되어 있는 괴색법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괴색법이란 청, 황, 적, 백, 흑, 이 다섯 가지 원색을 피해서 입는 법을 말합니다. 비구스님들의 계유율을 적은 <사분율>이라는 책의 비구 250계 제60번째에서는 괴색법에 대해서 "비구(스님)가 새 옷을 얻으면 반드시 청, 흑, 목란의 세 가지 색으로 염색할 것이니 새 옷을 얻고서고 세 가지 색으로 염색하지 않고 그대로 입으면 죄를 범하니라"라고 규정합니다. 청, 흑, 목란색을 혼합시켜 물을 들인다면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땅색이 되겠지요. 그러나 이런 색(짙은 땅색)을 내는 것도 쉬빚 않아서 그냥 숯을 갈아서 물들여 입다 보니 회색이 된 것입니다.
스님들의 평상복인 승복과 법복인 가사 장삼의 색은 불교의 발상지 인도를 떠나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지역과 시대에 따라서 많은 변용을 거쳤습니다. 왜냐하면 불교를 받아들인 각 민족의 고유의상과 기후, 풍토에 따라 여러 가지 변용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가령 인도와 스리랑카, 태국과 같은 더운 나라에서는 황색가사 한 가지 만으로도 수도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티베트, 중국, 한국과 같이 추운 나라에서는 그 나라 사람들이 입는 평상복 위에 다시 장삼과 가사를 입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스님들의 평상복은 바로 우리 민족이 예부터 입던 한복에다가 먹물이나 숯을 염색하여 회색빛 또는 수묵색을 만듭니다. 숯이나 먹으로 염색할 때 소금과 백반을 첨가제로 사용하면 고루 염색되면서 빛깔도 고와집니다. 염색할 때는 먹물이나 숯물을 잘 희석하여 소금과 백만을 넣고 물들이고자 하는 옷을 푹 삶는 방법이 일반적입니다. 단 삶는 과정에서 옷을 자주 뒤적여주어야 고른 색깔로 염색이 됩니다.
우리나라 스님들이 회색빛 승복을 애용하게 된 이면에는 괴색을 위한 염색재료인 먹이나 숯을 주변에서 구하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화학섬유가 많지 않았던 1970년대까지는 주로 삼베나 광목에 회색을 물들여 입었지만 현재는 회색빛 화학섬유가 다양한 품질로 생산되어 그대로 승복의 옷감으로 삼고 있습니다.
색채학에서의 회색은 우울이나 무기력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지만 '겸손' '점잖음'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또 회색은 중성색으로 어떤 색에도 영향을 주지 않고 그 색이 갖고 있는 감정을 그대로 나타내 주는 배경색이라고 합니다.
모든 화려한 색들도 햇빛과 비바람을 맞아 바래게 되면 회색으로 변합니다. 우리나라 스님들의 승복 색깔이 회색인 까닭은 원색의 화려함을 피하면서 차분하고 겸손한 수행자의 품위와 세속의 희로애락을 초월한 스님들의 고요한 심경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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