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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10 [불교상식 86]염라대왕은 어떤 분입니까

염라대왕의 본명은 염마왕인데 '죽은 사람을 심판하는 신'으로 원래는 고대 인도의 야마신(죽음의 신)을 가리킵니다. 

염라대왕은 죽은 이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저승세계, 사후세계를 통치하는 분입니다. 일평생 지옥에서 고통받는 불쌍한 중생들을 건지고자 애쓰시는 지장보살과는 본의 아니게 껄끄러운 사이입니다. 

염라대왕은 수시로 장부를 열람하여 죽을 때가 된 사람에게 사자(옥졸)를 보내어 저승으로 데리고 옵니다. 생전에 그가 저지른 선행과 악행을 모조리 조사하여 극선자는 극락으로, 극악자는 즉시 지옥으로 보내고, 선과 악이 비슷한 자는 49일 동안 심사숙고하여 심판합니다. 

이 기간을 '중음'이라고 하는데 말하자면 현세(금생)는 막을 내리고(죽었으니까) 내생은 아직 결정되지 못한 미결수들이 초초하게 판결을 기다리는 기간입니다. 이 기간 가족이나 친지들이 망자를 위하여 보시를 하거나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면 형량을 감량시켜 지옥행 열차에 탈 자를 축생(짐승)행 열차에, 축생생 열차에 탈 자를 인간행 열차에 태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염라대왕은 원칙적으로 공정한 입장에서 사심없이 선과 악을 구분하여 판결할 뿐 이승에서의 신분과 귀천 등 개인적인 사정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다만 망자라도 누군가가 그를 위하여 열심히 보시를 하거나 기도를 하거나 훌륭한 일을 할 때에는 정상참작을 한다는 것이지요. 

망자가 걸어가야 할 저승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들려 오는 이야기로는 저승의 세계는 이승에서 약 9만 리,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험준한 산과 깊은 강을 건너 3일 밤낮을 부지런히 걸어야만 비로소 닿는다고 합니다. 산 넘고 물 건너 3일 밤낮 9만 리, 여기서 이미 죽은 자의 영혼은 기가 팍 죽습니다. 

저승의 사자는 이승의 경찰, 저승의 염라대왕은 이승의 대법원장, 저승은 극락과 지옥이 갈라지는 운명의 장소입니다. 그래서 살아 생전에 가능한 복을 지으려고 노력하고, 또 망자를 위하여 49재와 천도재를 올리며 명복을 비는 것입니다. (윤창화)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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