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처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신 날을 '부처님 오신날' '사월 초파일' '석가탄신일' '불탄일'이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태어나신 것은 바로 탐욕과 질투, 번민과 어리석음으로 똘똘 뭉쳐 있는 중생들을 일깨워 주고자 함이었습니다. 만일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도 구분하지 못한 채 하루 하루의 생활에 급급한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뜻깊은 날을 기리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해마다 음력 4월 8일이 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부처님 탄신을 봉축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언제부터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하였을까요.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불교가 처음 들어온 고구려 소수림왕 2년(서기 372) 직후나 또는 불교를 믿어도 좋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던 신라 법흥왕 14년 (서기 527) 쯤엔 이미 불탄일 행사가 거행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국교였으므로 부처님 오신날은 사찰뿐만이 아니라 온 나라의 큰 행사였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나라에서 불교를 억압했지만 가정이나 민간에서는 여전히 불교를 믿었기 때문에 부처님 오신날은 풍요로운 민속행사로 발전하였습니다. 

지난해(2000년)에 사진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1890년~1910년경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하는 사진 한 장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속에는 법당을 배경으로 하여 팔모등이 달려 있고, 갓 쓰고 한복 입은 신도들과 어린 아이들이 웅성거리는 대웅전 마당 앞에 한문으로 '사월 초파일 석가여래 경축회'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억불로 푸대접받던 그때(구한말) 여전히 부처님 오신날 기념행사를 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감개무량했습니다. 

산골이었지만 제가 어렸을 적(1960년대) 만해도 초파일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초파일 행사를 구경하러 절에 갔었습니다. 남녀 노소 할 것 없이 몰려들었는데 절을 중심으로 하여 거의 1킬로미터 가량이 구경꾼들로 신도시를 이루었습니다. 명동을 방불케 할 정도였지요. 마치 마을의 축제와도 같았습니다. 

다른 나라는 부처님 오신날을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불교국에서 음력 4월 15일을 공휴일로 정하여 불탄일, 성도절, 열반절 행사를 한꺼번에 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보다도 더 대대적으로 하고 있지요. 일본의 경우는 양력 4월 8일을 불탄일로 정하여 사찰마다 소규모 행사만 할 뿐 우리나라처럼 공휴일도 아니고 공식적인 행사나 제등행렬은 없습니다. 

부처님 오신날은 1975년 1월 14일에 공휴일로 지정되었습니다. 1967년까지만 해도 신문에서는 부처님 오신날을 '사월 초파일(4월 8일)' '불탄일(절)' '석가탄신일' 등으로 불렀습니다. 그러던 것이 1968년 행사 때부터 '부처님 오신날'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하여 1970년대 후반쯤에는 완전히 공식명칭으로 자리답게 되었습니다. 

'부처님 오신날'이라는 아름답고 순수한 우리말을 누가 최초로 쓰기 시작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인 1963년 사월 초파일 때 동국대 불교대학의 기숙사(기원학사) 건물에 '봉축 부처님 오신날'이라는 문구가 나붙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불교대 학생이었던 목정배 교수가 짓고 김인덕 교수가 썼다고 합니다. 지금은 한 분은 작고하고 한 분은 정년퇴임을 하였습니다. (윤창화)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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