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음력 4월 8일이 되면 저마다 소원을 가득 담은 등을 답니다. 등에는 연꽃으로 만든 연등, 삼베로 만든 베등, 수박등, 마늘등, 팔모등, 주름등 등등... 뿐만 아니라 사찰의 각종 행사 때에도 종종 등을 답니다. 

등을 달아서 불을 밝히는 까닭은 어둠을 밝히자는 데 있습니다. 캄캄한 현실의 어둠과 지나친 욕망으로 스스로를 결박하고 있는 마음의 어둠이지요. 물욕, 허영, 사치, 분노, 질투, 애착, 번민 등등. 이런 것들이 모두가 우리를 어둠으로 안내하는 것들입니다. 

등불은 진리에 비유됩니다. <대반야경>에는 "부처님 말씀은 마치 등불이 빛을 밝히는 것과 같다"고 하고, <보살장경>에는 "수백, 수천 개의 등불을 밝혀서 죄를 참회하게 한다"고 하여 등불은 미망을, 어둠을 밝히는 지혜의 빛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등불을 밝히는 행사는 부처님 당시부터 있었습니다. 혹시 <현우경>에 나오는 '가난한 여인의 등불'이라는 애잔한 이야기를 아십니까. 제목만 보아도 가슴 찡하는 이야기입니다. 

옛날 인도의 사위국이라는 나라에 '난다'라는 가난한 여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늘 부처님께 등을 올리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이 구걸하여 모은 돈 전부를 들여 작고 초라한 등 하나를 부처님께 공양했습니다. 

부자들의 크고 호사스런 등 사이로 걸려 있는 작고도 초라한 등은 여인의 가슴에 더욱더 비애의 부채를 달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밤이 지나고 새벽이 되었습니다. 등불이 하나 둘씩 꺼지기 시작하자 부자들의 화려하고 큰 등불도 모두 꺼졌습니다. 헌데 말입니다. 신기하게도 가난한 이 여인의 등만은 새벽이 밝아오도록 초롱초롱 꺼지지 않았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정성스러운 '마음의 등불'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여인을 찾아가 위로하시면서 장래에 성불할 것이라고 칭찬하셨습니다. 그 여인은 그만 감격하여 기쁨의 눈물을 흘렸겠지요. 흘렸을 것입니다. 그녀는 비록 현실은 가난했지만 착하고 깨끗한 마음을 간직한 순정의 여인이었습니다. 어때요. 이런 등을 달고 싶지 않으십니까. 

등불을 켜는 연등 행사를 연등회라고 하는데 신라, 고려시대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고려시대 정월 보름날의 정규 연등회는 백성들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나라에서 해마다 열었고, 그 외에도 특별 연등회, 불탄일 연등회 등 많은 연등회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부처님 오신날 연등회는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전해 오고 있습니다. (윤창화)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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