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생은 '살아 있는 생명을 놓아 준다' '풀어 준다' '해방시켜 준다'는 뜻이지만, 바꾸어 말하면 '강자에게 잡혀서 죽을 생명을 살려 준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오히려 뒷말이 더 이해하기 좋을 것입니다. 

불교의 대표적인 사상 가운데 하나가 '자비(사랑, 인자함)'입니다. 자비를 실천하자면 그 무엇보다도 살생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살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비 정신에서 보면 좀 소극적이지요. 적극적으로 자비를 실천하는 길은 죽게 된 목숨을 살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생명은 그 어떤 생명이든 존귀하다는 것이 불교의 입장입니다. 

흔히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정말 '살생'에 속하고, 소나 말 돼지 같은 짐승을 죽이는 것은 살생에 속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벌레나 미물 같은 경우에 있어서는 더더욱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물론 사람을 죽이는 것과 짐승이나 미물을 죽이는 것은 차이가 있지만 죽는 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똑같은 것입니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살생은 잔인성을 기릅니다. 죽는 모습을 보고 쾌락해 하는 데서 잔인성이 길러집니다. 어렸을 적에 지렁이 같은 것이 있으면 일부러 쫒아가서 밟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도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이 발전하면 "바늘 도둑이 소 도둑된다"는 속담처럼 결국 사소한 일에서, 또는 돈 몇 만원에 살인까지 하게 되는 것입니다. 

중국의 고사에 보면 천자나 제후들이 사는 궁궐에는 동물원이 있는데 사자나 호랑이 같은 포악한 짐승에게는 살아 있는 짐승을 먹이로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살아 있는 것을 잡아먹는 데 맛을 들이면 잔인성이 점점 길러져서 나중엔 사육사에게 덤벼든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죽여서 주게끔 되어 있는데 요즘 동물원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살아 있는 목숨을 죽이지 말라는 것은 비단 불교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인자한 사람은 개미 한 마리도 죽이는 것을 꺼려하지요. 살아 있는 생명도 함부로 죽이지 않아야겠지만 가능한 죽을 처지에 놓인 생명을 살려 주는 지혜와 실천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입니다. (윤창화)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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