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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10 [법정스님 말씀]말이 많으면

말이 많으면

사람은 태어날 때 그 입 안에 

도끼를 가지고 나온다. 어리석은 자는...


부처님은 어느 날 오후, 시자 아난다를 데리고 아지타바티 강으로 나가 목욕을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아난다는 청을 받아들여 람미카 바라문의 집을 방문했다. 때마침 람미카의 집에서는 많은 수행자들이 모여 법담을 나누는 중이었다. 부처님의 법담이 끝날 때까지 문밖에서 기다리다가 들어가셨다. 

"너희들은 여기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하였느냐?"

"조금 전에 저희들은 법을 말했으며, 그 법을 듣기 위해 이렇게 모였습니다."

"너희는 모여 앉으면 마땅히 두 가지 일을 행해야 한다. 하나는 법(진리)에 대해서 말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침묵을 지키는 일이다."

<중아함 라마경>


사문이여 

다음 네 가지 특징을 갖춘 말은 훌륭하게 설해져 

조금도 잘못되지 않았다. 

모든 지자들이 보아도 결점이 없어 

비난받지 않을 것이다. 

첫째, 훌륭하게 설한 것만을 말하고 잘못 설해진 것은 말하지 않으며

둘째, 법만을 말하고 비법은 말하지 않으며

셋째, 좋은 것만 말하고 좋지 않은 것은 말하지 않으며

넷째, 진실만을 말하고 거짓된 것은 말하지 않는다.

<숫타니파타, 450>

* '수행자는 말을 하려고 할 때 세 번 돌이켜 보아, 자기 자신이나 남에게 덕이 된다면 말을 하라. 그러나 자신과 남에게 덕이 되지 않는다면 입을 열지 말라.'

옛 선사의 말씀이다.

수도는 침묵의 세계이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말이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들이 일상에 하는 말을 살펴보면, 쓸 말보다는 불필요하고 못쓸 말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말을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일보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후회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자기를 괴롭히지 않고

남을 해하지 않는 말만을 하여라.

<숫타니파타, 451>


사람은 태어날 때에

그 입 안에 도끼를 가지고 나온다

어리석은 자는 말을 함부로 함으로써 

그 도끼로 자신을 찍고 만다.

<숫타니파타, 657>

* 입에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혜로 마뀐다. 입은 재앙의 문이기도 하므로 엄하게 지켜야 한다. 승찬 대사의 <신심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진리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말과 생각이 끊어지면 어느 곳엔들 통하지 않으랴.'

가톨릭의 사제인 토마스 머튼은 그의 <관상기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침묵으로 성인들이 성장했고, 침묵에 의해 하느님의 능력이 그들 안에 머물렀고, 침묵으로 인해 하느님의 신비가 그들에게 알려졌다.' '많은 사람들이 열렬히 찾고 있지만 침묵 속에 머무는 사람만이 발견한다.' '많은 말을 즐기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그가 비록 경탄할 만한 것을 말한다 할지라도 내부는 비어 있다. 무엇보다도 침묵을 사랑하라. 침묵은 입으로 표현할 수 없는 열매를 너희들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매주 월요일을 침묵의 날로 지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진리의 숭배자에게는 침묵이 정신적 훈련의 한 부분이다.' '먼저 생각하라, 그런 뒤에 말하라. 이제 그만하라고 말을 듣기 전에 그쳐라.' '사람이 짐슴보다 높은 것은 말할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을 부당하게 행사한다면 사람은 짐슴보다 못하다.' '내 생의 순간마다 나는 침묵이 최대의 웅변임을 인식한다. 부득이 말해야 한다면 가능한 한 적게 하라. 한 마디로 충분할 때는 두 마디를 피하라.'


아무리 사랑스럽고 빛이 고울지라도

향기 없는 꽃이 있는 것처럼

실천이 따르지 않는 사람의 말은

번드르르할지라도 그 알맹이가 없다.

<법구경, 51>


말하기를 몹시 좋아하는 왕이 있었다. 왕이 입을 열면 다른 사람은 전혀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지혜로운 스승은 어떻게 하면 왕의 버릇을 고쳐줄까 하고 궁리를 했다. 이때 난데없이 궁전 뜰에 거북 한 마리가 떨어져 박살이 났다. 왕은 이를 보고 놀라 지혜로운 그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어떻게 되어서 거북이 공중에서 떨어져 죽었을까요?"

스승은 차근차근 말을 하였다. 

"이 거북과 백조는 서로 믿고 의지하는 사이였을 것입니다. 백조가 거북을 보고 히말라야로 데려다 주겠다고 하면서 거북에게 나뭇가지를 물리고 공중을 날았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평소에 말 많은 거북이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어, 무엇을 지껄이려다가 나뭇가지를 놓아버렸을 것입니다. 그래서 공중에서 떨어져 이렇게 박살이 난 것일겁니다. 지나치게 말이 많은 사람도 언젠가 이런 재앙을 입게 될 것입니다."

그 후부터 왕은 말을 삼가게 되었다.

<자타가 215>


비난받을 사람을 칭찬하고

또 칭찬해야 할 사람을 비난하는 사람

그는 입으로 죄를 더하고

그 죄 때문에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

<숫타니파타, 658>

* '남을 헐뜯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바로 잡으라. 남에 대한 비난은 언제나 정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난, 혹은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역시 마하트마 간디가 한 말. 인간은 강물처럼 흐른다. 날마다 똑같은 사람일 수 없다. 그러니 함부로 사람을 심판할 수 없다. 내가 판단을 내렸을 때, 그는 이미 딴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산당 이슥한 밤을 홀로 앉았으니

적적해서 본래의 자연이어라

무슨 일로 서풍은 숲을 흔드는가

외기러기 밤하늘을 울어예누나.

- 치부 <산당의 이슥한 밤>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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