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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17 [불교상식 36]법문을 마치면서 왜 '할(억)'하고 큰소리를 냅니까

어느 날 경상도 보살님 한 분이 찾아와서 물었습니다. 

"글쎄요 지가요 얼마 전, 모 사찰의 법회에 갔는데 큰스님께서 법상에 올라가시더니 갑자기 주장자를 세 번 치셔서 그만 깜짝 놀랬십니더. 그런데 얼마 후 법문을 마치시는 듯 싶더니 또 그만 갑자기 '할'라고 소리를 지르시는 바람에 가슴이 두근거려 혼났습니더. 왜 그러시는 겁니껴."

벌써 20년이나 지난 옛 이야기지만 저는 그때 그만 웃음이 나서 한동안 대답을 못했습니다. 

'할'은 선사들이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부처인가"라는 식의 진리의 핵심을 질문받으면 이론적인 대답 대신 가슴 철렁할 정도로 "할" 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것이 점차 발전하여 스님들께서 법상에 올라가 설법하실 적에 쓰는 하나의 전형적인 격식이 되었습니다. 

또 '할'은 실제 사람의 정신을 집중시켜 주는 역할도 하고 수행을 많이 한 스님들은 이 소리에 순간적으로 깨달음을 얻기도 합니다. 

옛날 중국에 덕산스님이라는 법력 높은 분이 있었습니다. 덕산스님은 대중을 모아 놓고 법문을 하실 때마다 늘 방망이를 내리쳐서 그 방망이에 맞거나 소리를 듣고 수행자들이 깨달음을 얻었고, 또 임제스님은 "할"하고 벼락 같은 소리를 질러서 선승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했기 때문에 '덕산스님의 방망이' '임제스님의 할'이라는 아주 특이한 고사성어가 생겼습니다. 

그 후로 '덕산방'과 '임제할'은 선승의 도력을 보여 주는 하나의 동작과 격식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늘상 한 생각에 고정되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 트인 생각이 없으면 깨달음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돌은 항상 딱딱하다는 생각보다는 돌도 부드러운 물건이라는 발상,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덕산스님의 '방망이 소리'와 임제슨미의 '할'소리는 막힌 우리들의 생각을 뚫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단순한 격식만은 아닙니다. (윤창화)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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