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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21 [불교상식 38]여성 신도를 왜 보살님이라고 부릅니까

보살은 보리살타의 준말로 깨달음을 얻은 경지가 부처님 다음가는 위치에 있는 분을 가리키는 존칭입니다. 

경전에서는 관세음보살, 보현보살, 이런 분들을 가리켰고 역사상의 인물로는 용수와 세친을 보살이라고 불렀습니다. 간혹 중국, 일본에서는 훌륭한 고승에 대하여 보살의 호를 내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간혹 훌륭한 분을 지칭하여 '그 분은 보살 같은 분이야'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대단한 존칭을 언제부터 평범한 여성 신도들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게 되었는지 자못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성 불자를 보살님으로 부르는 예는 우리나라에만 있을 뿐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여기에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째, 1950년대 정화 시작 이후 선학원(비구측)에서 여성 신도들의 힘과 열정을 높이 평가하여 '보사' '보사님'으로 부르자는 논의와 '보살' '보살님'으로 부르자는 논의가 있은 이후이고 그 결과 한동안 '보사님', '보살님'으로 혼용해 불렀다는 것입니다. 

둘째, 보살님이란느 말은 일제 때 또는 해방 이후에 나온 말로 몇몇 큰스님들께서 신도들에게 보살계를 주기 시작하였는데 그 이후부터 보살계를 받았으니까 '보살'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위의 설을 확인하고자 1931년에 입산했던 설산스님과 1940년대에 입관하신 광우스님께 문의할 결과 그 당시에도 이미 '보살' '보살님'이라고 불렀답니다. 다만 설산스님의 말씀에서 한 가지 참고할 것은 보살계를 받은 신도만 보살님으로 불렀다는 것입니다. 

여성 신도들에게 보살계를 주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아직은 알 만한 자료가 없고 다만 왕으로서 보살계를 받은 예는 고려시대에도 많았습니다. 

셋째의 설로 "자비와 사랑을 상징하는 '관세음보살이나 지장보살처럼 되라'는 뜻에서 보살님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또는 "관세음보살을 비롯한 여러 보살상이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부드럽고 따뜻한 여성상이 합치되어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위의 설과 함께 조금은 추상적인 설입니다만, 예전에는 승복 색의 바지를 입고 오래도록 절에 다니면서 결제(안거)를 같이하기도 했던 나이든 여신도를 노보살, 또는 보살님이라고 불렀습니다. 혹시 이것이 평준화 과정을 거쳐서 노소를 따지지 않고 여성 신도들을 일컫는 일반적인 호칭으로 정착된 것은 아닐는지. 

북한에서 나온 <현대조선말사전>에는 "1. 불교에서 부처 다음가는 성인 2. 불교를 믿는 늙은 여자"라고 되어 있고, 또 <한국소설어사전>에서는 "불교를 살뜰이 믿는 나이든 여신도를 보살할미라고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보살태기나 보살할미는 다 조선시대 이후에 나온 비속어인데 그렇다면 보살님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최소한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수많은 불교경전에서 그려지고 있는 보살의 모습은 할결같이 보시(회사)정신입니다. 남자보다도 월등히 절을 많이 찾아 시주와 보시를 하는 여성의 모습이 경전의 보살정신과 합치되어 '보살 같은 분'이라는 의미에서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 설을 가정해 둡니다. 

참고로 경전이나 문헌에서는 여성 불자를 '우바이' '청신녀' 등으로 쓰고 있으나, 실제 호칭으로는 사용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윤창화)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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