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상식 76]스님은 왜 세속을 떠나 스님이 되었습니까
불교말씀/불교상식 2012. 11. 7. 07:02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왜 스님들은 속세를 떠나 스님이 되었습니까"입니다. 무슨 사연일까, 무슨 사연이 있길래 부모, 형제와 이별하고 입산 출가하는 것일까. 사랑했던 사람도 있었을 텐데. 혹시 삶이, 생활이 그를 속인 것은 아닐까. 많은 추측을 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삶을 살고 있듯, 속세를 떠나 스님이 되는 이유도 각각 다르다고 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한문으로 된 불경을 막힘 없이 줄줄 읽는 스님을 보고 감동해서, 어떤 사람은 절이 좋아서, 어떤 사람은 세상의 덧없음을 깨닫고 출가하여 스님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끝없는 욕망에 탐닉하는 세속적 삶이 싫어져서 스님이 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삶을 다 바쳐 부처님의 가르침을 닦고 실천하기 위해 스님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세속에서 겪은 깊은 상처와 절망 때문에 스님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세속의 모든 인연을 끊고 스님이 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발단은 세속의 삶에 대한 무상에서 출발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입산의 발단은 생로병사에 대한 허무였습니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족을 위하여 열심히 살다가 금나 어느 날 갑자기 병들고 늙고 죽어야 하는 무상한 이 삶을 넘어서고자 고민한 끝에 결국 입산하여 6년 간 고행할 결과 깨달음을 성취하셨지요.
죽음이란 사람으로 하여금 슬픔과 비애, 무상을 느끼게 합니다. 가곡 '성불사의 밤'을 지은 이은상 선생의 <무상>이라는 책을 읽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고등학교를 다니던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에서 그는 하룻밤 꼬박 원고지를 대면하고 무상을 절규했습니다.
우리는 비록 이런 인생에 대한 허무, 무상 같은 것까지는 못 느낀다 하더라도 가을이 오면 너 나 할 것 없이 허무를 느끼지요. 멀리 보이는 코스모스 핀 언덕 길에서, 파아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엽에서, 쓸쓸한 가을날에서 우리는 가슴앓이를 합니다.
이 역시 허무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럴 땐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 않으십니까. 유난히 가을을 타는 사람이 있지요. 허무와 무상이 심각해지면 결국 우리는 현실의 삶을 뒤로 한 채 산사를 향하여 발길을 옮기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불교는 무상에서 출발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허무나 염세에만 빠져 있으라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만 추상적인 말인 것 같습니다만, 불교의 다른 점, 스님들의 다른 점은 세속적인 고뇌와 절망에서 도피하기 위해서 스님이 되는 것이 아니라 허무나 무상감을 통하여 '영원한 나', '본래적인 나'를 발견하자는 것입니다.
꽃빛은 찬란해도 지고야 마네
이 세상 어느 뉘라 죽지 않으리
덧없이 깊은(아집의) 산 오늘 넘어서
헛된 꿈 꾸지 않고 깨어 있으리
- 공해
(윤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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