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상식 75]스님은 왜 결혼하지 않습니까
불교말씀/불교상식 2012. 11. 6. 06:02 |결혼해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일생의 반려자로 생각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때론 저녁 노을처럼 아름답기도 하고 행복을 가득 담은 풍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랑에 따라선 정해진 울타리 안에 맴돌면서 항상 가족을 걱정하며 살아가야 하는 고민의 길이기도 합니다. 스님들에겐 이런 풍선도 없지만, 그런 고민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님들에게도 나름대로의 풍선이 있고 고민이 있습니다. 스님들의 풍선은 해탈에 대한 풍선, 해탈에 대한 고민입니다. 이것(풍선)을 억도자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숫타니파타>의 경구처럼, 독신생활과 수행을 통해 해탈을 완성해야만 하겠지요.
독신으로 살아가는 수도자의 삶은 험난하고 고독합니다. 하지만 수도자로서 결혼을 하게 되면 자식을 낳게 되고 자식을 낳으면 교육을 시켜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합니다. 돈을 벌려면 인생의 일정 부분은 거기에 바쳐야 합니다. 그러다가 보면 어느새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육신이 자유롭지 못할 떄쯤이 되면 죽음의 신이 찾아옵니다.
하다못해 대기업 취직 시험도 무수히 공부를 해야 합니다.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같은 것은 더욱 더하여 아예 고시원이나 조용한 곳에 가서 몇 년 간씩 가족도 만나지 않고 두문불출합니다. 그런데 깨달음을 이루고자 하는 일에 있어서 결혼이라는 행복까지 누려가면 한다는 것은 이론상으로는 가능할는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어렵습니다.
결혼을 하면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사회생활은 무엇보다도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일년 내내 고달프게 일해도 겨우 한 가족 살아가는 데 불과한 경우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무엇을 생각할 겨를도 없습니다. 착하고 부지런히 살아가고는 있지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란 마음의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습니다.
중국 송대의 유명한 선승으로서 대혜(1089~1163)스님이란 분이 있습니다. 당시의 많은 사대부(지식인 계층)들과 주고 받은 서간ㅁ누(편지, 훗날<서장>이라는 책으로 간행됨)에서 사대부들은 한결같이 "스님, 어떻게 하면 공부가 잘 될 수 있습니까? 사회생활의 복잡한 틈바구니 끼어 도무지 화두가 잡히지 않습니다. 방법을 좀 알려주세요"라고 간절히 애원합니다. 다혜스님은 답장했습니다. "조용한 곳에서 공부, 그것 누가 못합니까, 시끄러운 곳에서의 공부, 그것이 진짜 공부입니다"라고.
이처럼 가족을 부양하며 살아가는 사회생활에서 공부하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스님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아니 그보다는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다. (윤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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