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업전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고요한 산사, 소쩍새 소리만 들리는 적요한 새벽에 목탁을 치면서 도량은 도는 스님의 염불소리를 들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산사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각과 순간이 바로 도량석 염불소리입니다. 

새벽에 목탁을 치면서 사찰의 곳곳을 도는 것을 '도량석', 또는 '목탁석'이라고 합니다. 

도량석을 하는 까닭은 그 절에 살고있는 스님을 비롯한 모든 대중들과 여러 신들에게 이제는 잠에서 깨어나 부처님께 예불할 시간이 되었음을 알림과 동시에 하루의 일과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기상 신호입니다. 

처음부터 목탁을 크게 치면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나지막한 목탁소리로 시작하여 점점 크게 치기를 세 번 반복한 다음, 비로소 <천수경>이나 기타 경전을 목탁소리에 맞추어 외우면서 약 20분간 부처님을 모신 법당을 중심으로 하여 도량 곳곳을 돕니다. 대중들은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예를 올릴 준비를 합니다. 

도심 속에 위치한 포교당이나 사찰일 경우는 일반인들의 곤한 잠을 깨우게 되므로 도량석을 못하는 곳도 있지만 산사는 그런 제약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새벽 3시에 합니다. 도량석은 주로 노전스님이나 부전스님이 하지만, 다른 스님이나 행자들이 염불을 익히기 위하여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도량석의 한자 '량'은 원래 '마당 장'자인데 중국 오나라에서 '량'으로 발음한 이후 '도량'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문제는 좀더 고증해야 할 필요가 있음). 

도량은 범어 보디마단(Bodhimadan)의 준말로 '불도를 닦는 곳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큰 구역, 즉 사찰 전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새벽에 도량석을 하면서 왜 '저녁 석'자를 쓰는지에 대해선 석연치 않습니다. 만춘스님이 쓴 <불교의식강론>엔 "하늘은 자시(23시~새벽 1시)에 열리는데 이때를 아침이라 하고, 땅은 축시(1시~3시)에 열리는데 이때를 정오라 하고, 사람은 인시(새벽3시~5시)에 열리는데 이때를 저녁이라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또 어떤 분은 "'석'자가 비록 '저녁 석'이긴 하지만 한밤중까지를 저녁이라고 하고 또 도량석도 새벽 3시에 하기는 하짐나 그 역시 한밤중이므로 '저녁 석'자를 쓴 것이다"라고 하기도 합니다. 

'석'을 '석'의 와전으로 본다면 석은 '도량 내의 모든 대중을 잠에서 깨운다'는 뜻이 되므로 더 이상 고민해야 할 까닭은 없겠지만, '저녁 석'자는 참 이해하기 어렵군요. 하여튼 '저녁 석'잘르 쓰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남 백양사에는 지금도 저녁 9시에 새벽처럼 도량석을 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도량석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의식입니다. (윤창화)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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