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을 왜 한국에서는 '절'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순수한 우리말인 절에 대하여 간혹 생각할 때마다 "사찰에 가서 절을 하니까 절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우리말 '절'의 어원에 대하여 연구한 에다 도시오(1893~1957)라는 일본인 불교학자가 있었습니다. 1930년대 우리나라에서 주로 한국불교를 연구했으며 동국대 전신인 혜화전문학교 교수이기도 했던 그는 자신의 논문 <호도게와 테라의 어원> (<현대불교> 115호, 소화 9년, 서기 1934년. 일본에서는 부처님을 '호도게', 절을 '테라'라고 하는데 호도게는 보통어이고 존칭은 '오석가사마'라고 합니다)이라는 글에서 한국어의 '절'이라는 명칭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설을 소개했습니다. 

첫째, 한국어의 '절'은 사찰을 뜻하는 '찰'에서 온 말로 산스크리트어 크세트라(ksetra)의 음사(중국표기)이다. 즉, 절을 뜻하는 '찰'의 한국 발음 '찰'이 변하여 '절'(찰 -> 절)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둘째, 한국에 불교를 처음으로 전한 아도화상이 머물던 집이 경북 선산의 모례 집인데 모례의 이두음 '털례'가 '절'(털례-절)이 되었다. 신라시대에는 모례의 집에 가는 것이 절에 가자는 것이기 때문에, '모례'라고 하는 고유명사가 마침내 '절'을 의미하는 보통명사로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절'은 모례의 이두음(한글이 만들어지기 이전 삼국시대에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서 우리나라 말을 적음) '털례'가 변해서 '털->덜->절'로 되었다는 것이지요. 

석지현 스님 역시 이 설을 인용하여 '아도화상이 모례집에 머문 이후 사람들은 털례네 집으로 가서 사문(스님) 묵호자에게 불교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털례네 집에 가자'->'절에 가자'가 후대로 내려오면서 '절'로 정착되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셋째, '절'은 예배의 의미인 '절(배)'에서 나왔고 결국 '절(사)'은 '예배하는 장소'라는 의미가 부여되면서 사찰을 '절'로 부르게 되었다. 즉, 불교가 들어오기 전, 고대 한국에는 이미 여러 가지 고유신앙이 있어서 그곳에 가서 절을 하면서 소원성취를 빌었는데 불교가 들어와 사찰에 가서 역시 절을 하면서부터 사찰을 '절'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에다 도시오는 이런 몇 가지 설을 제시하며서 일본말 '테라'도 한국어 '찰'이나 모례의 이두음인 '털례'가 '테라'가 되었을 것이라는 설까지 제시했습니다. 

'절'이란 인도말로는 비하라(vihara)로서 '정사'를 가리키며, 한자어로는 '불찰' '범찰' '불사' '사' '찰'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외국 사신을 맞아들이는 관청을 '시(관청일 경우엔 '시'라고 발음함)'라고 하였는데 최초로 마등과 법란 두 스님이 인도에서 불경을 가지고 왔을 때 외국인이므로 우선 '홍려시'라는 관청에 머물게 했습니다. 다음 해 낙양에 절을 세우고 절 이름을 '백마사'란 한 이후 '시'자는 관청을 가리킴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절을 가리키는 '사'로 쓰여지게 된 것입니다. 

'시'자를 관청으로 쓴 예는 우리나라에도 많습니다. 예컨대 고려, 조선시대에 왕실의 족보, 또는 종친의 제반일을 관장했던 종부시, 무기고인 군기시, 제사를 담당했던 봉상시 등이 그것입니다. (윤창화)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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