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불교에서는 사바세계(범어 사바 sabha의 한자표기)라고 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와 땅덩어리가 바로 사바세계입니다. 

물론 그 속에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약 200여 국에 달하는 전 세계가 포함되어 있고 더 나아가서는 달의 세계, 별의 세계까지도 사바세계에 포함됩니다. 시간적으로는 인간이 존재하기 시작한 이후가 되고 공간적으로는 하늘 끝, 땅 끝까지가 사바세계인 것입니다. 

사바세계는 고통이 많은 세계입니다. 먹고 사는 고통, 질병의 고통,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하는 고통... 이 사바세계는 참으로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세계여서 '인토' '인계'라고 합니다. 지옥보다는 훨씬 좋지만 이곳 역시 여간한 인내심 없이는 살기 어려운 곳입니다. 그래서 때론 삶에 지쳐서 그만 자살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사바세계의 교주이자 스승이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보시기엔 사바세계는 하나같이 제도해 주어야 할 대상(중생), 인도해 주어야만 하는 대상으로 꽉 차 있기 때문에 부처님이나 보살님들은 항상 슬프고 가련한 눈빛으로 바라보십니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사바세계는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살아가고 있는 눈물의 세계입니다. 언젠가는 이별해야 하고 언젠가는 떠나야 합니다. 예정된 세계에서 우리는 영원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평생 살아가는 동안에도 번민과 고통, 미혹(불확실성)과 불안이 늘 주변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중생들이 집단으로 살고 있는 이 사바세계를 염부제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먹기에 달려서는 낙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천상병 시인은 '귀천'이라는 시에서 사바세계의 삶을 '소풍의 여정'으로 여겼습니다. 평소의 생활도 그랬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더웠다고 말하리라


(윤창화)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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