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상식 21]달마대사는 어떤 분입니까
불교말씀/불교상식 2012. 10. 10. 19:11 |최근 크고 날카로운 두 눈에 긴 턱수염을 가진 선승의 모습을 그린 달마도가 온갖 사악한 기운들을 무리친다는 소문이 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달마도의 주인공 보리달마는 선종의 초조로서 인류의 정신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거인 중의 한 사람입니다. 선종에서는 "보리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무엇인가"라는 공안이 "부처란 무엇인가"라는 공안과 더불어 선불교의 근본문제를 묻는 화두로 사용될 만큼 선은 보리달마와 함께 역사의 무대에 나타났습니다.
선종의 역사와 사상을 기록하고 있는 <조당집>에 의하면 보리달마는 남인도국 향지왕의 셋째 아들로서 인도 제 27대 조사인 반야다라의 법을 이었습니다.
보리달마는 527년경 바닷길을 통해 중국 남부의 광주에 도착하여 당시 열성적인 불교도 국왕이었던 양무제의 초빙을 받았습니다. 달마와 양무제가 첫 대면의 자리에서 나눈 매우 인상적인 대화는 송대의 원오극근(1063~1135) 선사가 편찬한 <벽암록> 제1칙 "달마확연무성"이라는 유명한 공안으로 변모하게 되고 보리달마의 진면목을 잘 알려주는 공안으로 남게 됩니다.
국왕의 위엄과 불교교단의 후원자로서 자신감에 차 있던 양무제는 자신의 궁정에 초빙되어 온 보리달마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습니다.
"짐은 즉위한 이래 수많은 절을 짓고 경전을 출판하였으며 불교교단을 후원하여 왔소. 어떤 공덕이 있겠소?"
"공덕이 될 것이 하나도 없소."
당황한 양무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어찌 공덕이 없다고 하는가?"
"그 공덕은 인간과 신들의 속세에서나 필요한 덧없는 행위이며 그 과보 역시 조금씩 흘러 나오는 옹달샘에 불과할 뿐이오. 그림자가 실재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것은 실체가 아니듯 공덕 역시 허상일 뿐이요."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공덕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공덕이란 청정한 지혜의 완성에 있습니다. 이 지혜의 본질은 형상을 초월한 것이며 공적한 것입니다. 이 진정한 공덕은 세간적인 방법으로는 추구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그대가 말하는 성스러운 진리의 제일원칙인가?"
"진리는 크고 텅 비어서 아무것도 성스러울 것이 없소."
양무제는 지금까지 자신이 믿고 있던 진리의 성스러움마저 부정해버리는 보리달마에게 더욱 화가나서 큰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짐을 대하고 있는 그대는 누구인가?"
"모르겠소!"
양무제와의 대화를 통해 남중국에는 선법이 뿌리내릴 인연이 없음을 느낀 보리달마는 발길을 돌려 양자강을 건너서 하남성 등봉현의 숭산 소림사로 향했습니다. 보리달마는 소림사에 은둔하며 9년 동안 벽만 바라보고 참선을 하였습니다. 달마에게 가르침을 받은 혜가와 같은 제자들은 선을 전파하게 되고 달마는 중국 선종을 처음 연 스님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선불교가 후대에 끼친 큰 영향에서 생각해 보면 보리달마와 같은 인물은 서기 6세기경의 동서양을 통틀어 가장 특이한 존재라고 할 수 있으며 매우 강렬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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