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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09 [불교]숫타니파타 세번째, 큰 장 - 2. 최선을 다하라

니련선하의 기슭에서

니르바나를 체험하기 위하여

나는 전력을 다하여 명상을 하고 있었다. 

* 니련선하(Nairanjana): 깨달음을 얻기 전 부처님이 목욕했던 강이름. 인도 비하르 주 부다가야(Buddhagaya) 주위를 흐르는 강. 필자가 이곳을 갔을 때는 물이 말라 있었다. 그러나 우기가 되면 이 마른강은 홍수로 범람하게 된다. 


그때 마라(악마)는

동정어린 말을 하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고행자여, 그대는 몹시 야위었다. 

안색도 좋지 않구나.

그대에게 죽음이 가까이 오고 있다. 


고행자여, 

그대가 살아날 수 있는 가망성이란 전혀 없구나. 

어떻게 하든지 살아나도록 하라. 

소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걸 너는 모르느냐. 

이 목숨이 살아 있기 때문에 모든 선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율법을 지키고 종교적으로 살아갈 때

그리고 변제의 불 속에 공물을 바치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공덕을 쌓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토록 힘들게 명상을 하며 노력하고 있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이냐. 

* 마라(악마)는 지금 부처님께 형식적인 계율과 종교를 따를 것을 권하고 있다. 말하자면 당시 지나치게 형식적이며 권위주의에 눈이 어두워 타락할 대로 타락한 브라만 사회를 거부하지 말고 그 일원이 되어 그냥 휩쓸려 갈 것을 권하고 있다. 그냥 그럭저럭 살다가 그럭저럭 죽을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부처님은 단연코 이를 거부했다. 그렇다면 악마란 무엇인가. 악마는 바로 부처님 자신의 마음 속에 잠복해 있는 게으른 타성을 뜻한다. 우리 누구나의 마음 속에 잠복해 있는 자기 합리화와 적당주의를 뜻하는 것이다. 이를 객관화할 때 그것은 구체적인 형태를 가진 하나의 검은 존재, 마라(악마)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노력의 길이란

가기 힘들고 실천하기 힘들고 도달하기 힘들다. 

[이 시를 읊고 난 마라는 부처의 곁에 와 섰다.]


그러나 부처는 마라에게 이렇게 답했다.

오, 게으른 친구여, 이 간악한 자여,

그대가 여기에 온 목적은 무엇인가.


그대가 말하는 그 좋은 공덕이란

그것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더 이상 쓸모가 없다. 

그런 것은 그런 것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가서 말해 줘라. 


나에게는 신념과 노력,

그리고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혜가 있다.

이토록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는 나에게

그대는 어째서 생에 대한 애착을 권하고 있는가. 

* 열광적이며 미신적인 신앙이 아니라 진리만이 진실이라는 것을 굳게 믿는 것. 


불타는 이 바람은 강물조차 말려 버릴 것이다. 

니르바나를 얻기 위하여

이토록 노력하고 있는 내 몸의 피인들

어찌 마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몸의 피가 마른다면 쓸개도 마를 것이며

담도 메말라 버릴 것이다. 

살이 빠지면 그럴수록 마음은 고요해지리라.

그리고 나의 생각과 예지와 명상은

더욱더 견고해질 것이다.


나는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묵묵히 감수하고 있다.

그러므로 내 마음은 어떤 욕망에도 끌려가지 않는다.

보라, 내 존재의 이 순수를.


그대의 제1군단은 욕망이며

제2군단은 혐오이며

제3군단은 기갈이며

제4군단은 집착이다.

* 기갈: hunger and thirst. starvation


그리고 그대의 제5군단은 피로와 수면이며

제6군단은 공포심이요,

제7군단은 의혹이며

제8군단은 위선과 고집,


그리고 그릇된 방법으로 얻은 이익과 명성이며

자신을 칭찬하고 남을 경멸하는 것이다.


이것들이 바로 그대의 전 병력이며

검은 마의 침공군이다.

그러므로 뛰어나게 용감한 자가 아니면

그대를 이겨낼 수 없느니.

그러나 용감한 사람은

그대의 공격을 이렇게 잘 막아내고 있다.


슬프다, 이 삶이여.

그대에게 패배하고 사느니보다는

차라리 나는 저 죽음의 길을 택하겠노라.


훌륭하고 장한 수행자들마저

이 세상의 유혹에 빠져서

더 이상 그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그들은 진리로 가는 길을 알지 못한 채

이곳에서 저곳으로 헤매고 있다.


저기 악마의 대 군단이 사방에서 쳐들어오고 있다.

나는 그의 군대를 맞아 기꺼이 싸우리라.

그는 결코 나를 지금 이곳으로부터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악마여, 사람들도 저 신들마저도

그대의 군대를 격파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지혜의 힘으로써

그대의 군단을 쳐부수리라.

굽지 않은 질그릇을 돌로 쳐 깨버리듯.


생각을 다스리고 주의력을 모으면서

나는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끝없이 걸어가리라.

가르침을 듣고자 하는 이들을 이끌어 주면서.


욕망으로부터 벗어나서

그들은 나의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리라.

그들은 저 니르바나의 세계로 가리라.

슬픔과 고뇌가 더 이상 닿지 않는 저속으로


이 말을 듣고 악마는 말했다:

나는 7년 동안이나 너를 쫓아다녔다.

그러나 나는 너에게서 어떤 헛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깨달음의 완벽한 경지에 이른 자여.


어느 날 까마귀 한 마리가

큰 비계덩어리 같은 바위 주위로 접근해 왔다.

까마귀는 바위 주위를 서성거리며 말했다.

"아, 참 맛있는 고깃덩어리가 있구나.

자,어느 부분이 제일 연하고 맛있을까."


그러나 맛있는 먹이를 발견하지 못하자

까마귀는 멀리 날아가 버렸다.

바위를 먹이인 줄 알고 접근해 와서는

그만 날아가 버리는 저 까마귀처럼,

가자 얘들아, 저 부처에게서 떠나가자.


슬픔에 찬 마라의 옆구리로부터

힘없이 비파가 땅으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마라를 따라왔던 마의 무리들도

새벽의 어둠처럼 그렇게 쓸려가 버리고 말았다.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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