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로 빛나는 분이여, 우리는 당신계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당신의 제자가 될 수 있습니까.

집을 버리고 방랑의 길손이 돼야 합니까. 

아니면 집에 머물면서 착실한 생활인이 돼야 합니까. 


스승의 대답:

수행자들이여, 듣거라.

번뇌를 제거하는 수행법을 그대들에게 말하겠노라.

그대들은 모두 이 가르침을 굳게 지켜야 한다.

목적을 향해 가는 생각 깊은 사람은

수행자에게 알맞은 그런 행동을 익혀야 한다.


출가수행자는 때 아닌 때에 돌아다니지 말라. 

정해진 때에 밥을 얻으러 마을로 가라.

때 아닌 때에 돌아다니게 되면 집착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리를 체험한 사람들은 결코

때 아닌 때에 돌아다니지 않는다.

* 출가수행자: 불교의 승려, 비구. 따라서 비구는 밥을 얻어먹으며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철저히 포기해 버리고 수행에만 전념하도록 되어 있다. 이 관습이 티베트, 중국, 한국 등을 거쳐오면서 사찰생활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등의 소승불교권 국가에는 아직도 밥을 얻어먹는 이 관습이 그대로 지켜져 내려오고 있다. 비록 형식적이긴 하지만.

* 때: 낮 12시가 지난 시간. 따라서 비구는 낮 12시 이후에는 밥을 얻지도 못하고 먹지고 못하게 되어 있다.

* 정해진 때: 오전. 즉 낮 12시 이전

* 진리를 체험한 사람들: 즉 부처님. 부처님이 여기에서는 복수로 되어 있다. 그것은 여기에서의 부처님의 의미는 후대의 대승불교에 와서 발전된 하나의 신격으로서의 부처님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현자를 뜻하기 때문이다. 불교가 처음 전파될 당시에는 후세의 불교도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복을 주는 부처님을 문제로 하지는 않았다. 대신 생각이 깊은 사람, 구도자로서의 부처님을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여기 이 시에서의 부처님은 비구(출가수행자)와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 말하자면 이 양자가 분리되기 그 이전의 상태를 보여 주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대승불교의 구도자로서의 보살을 부처님과 구별한 것은 후대의 사상적인 소산이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말하고 있는 소위 불교학이라는 것을 뛰어넘지 않는 한 이 <숫타니파타>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모든 형상과 소리, 맛과 냄새와 감촉은

우리를 완전히 취하게 한다.

이것들에 대한 욕망을 잘 다스리고

정해진 때에 음식을 얻기 위하여 마을로 가라.


정해진 때에 음식을 얻은 다음

조용한 곳에 가 홀로 앉아라.

자신의 내면을 잘 관찰하고

마음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라.


혹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경우가 있다면

상대방에게 뛰어난 진리만을 이야기하라.

헐뜯는 말이나 남을 비난하는 말은 가능하면 하지 말아라.


비난의 말을 듣고 곧잘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현명하지 못하고 비좁은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결코 칭찬할 수 없느니,

사방에서 비난의 올가미가 그들을 잡으려 한다.

그들은 논쟁 속으로 그들의 마음을 모두 빼앗기고 만다.


스승의 가르치신 진리의 말을 귀담아 듣고

음식과 주거지, 그리고 침구와 좌복, 

세탁물 등을 

잘 주의해서 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음식과 침구와 좌복,

그리고 세탁물, 이런 것들에 대하여

출가수행자는 지나치게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저 연잎 위에 구르는 물방울이

어떤 경우에도 더러워지지 않는 것같이.


다음은 이 세상에 머물고 있는 제자들의 할 바를 말하리라.

내가 가르친 대로 실행하는 사람은

참으로 좋은 나의 제자니라.

그러나 출가수행자들을 위한 위의 규정을

이 세상에 머무는 그대들이 실천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첫째, 살아 있는 어떤 생명체도 죽이지 말라.

둘째, 주지 않는 물건은 갖지 말라.

셋째, 거짓으로 말하지 말라.

넷째, 술을 지나치게 마시지 말라.

닷섯째, 순결하지 못한 생각은 삼가라.

여섯째, 밤에 때 아닌 음식은 먹지 말라.


일곱째, 옷을 너무 화려하게 입지 말고

향수를 너무 진하게 뿌리지 말라.

여덟째, 땅에 침구를 깔고 누워라(맨땅에 눕지 말라).

이것을 여덟 가지 절제(우포사다)라 하며

이 여덟 가지의 절제를 통하여 모든 고통은 극복된다.

* 우포사다: 원래는 인도의 소치기들 사이에서 소를 치기 위한 그 준비기간 겸 휴식기간을 우포사다라 했다. 그런데 이 관습이 불교에 들어와서는 몸을 근신하고 자신을 반성하는 참회행사로 변했다. 포살이라 한역하며 고려시대의 팔관회 등은 특히 이 우포사다를 거국적인 행사로 확장시킨 것이다.


이 '여덟 가지 절제'를 잘 지키고

정직하게 번 재물로 부모를 봉양하고

올바른 직업을 갖도록 하라.

이렇게 근면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이 생이 끝날 때 더 밝은 곳으로 나아가게 된다.

* 올바른 직업: 1. 무기판매 2.고기판매 3.살아 있는 생명의 매매 4.술의 판매 5.독의 판매. 이 다섯 가지 직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직업. 또 다른 문헌에는 무기판매를 들지 않고 대신 인신매매를 들고 있다.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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