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불교를 믿고 싶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교회를 다니라 하셔서 몇 년 전까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지냈습니다. 그런데 성경에 대해 점점 무관심해지더니 4년간 무교로 지내다 요즘은 자꾸 불교로 마음이 이끌리고 있습니다. 불경소리도 좋고, 또 향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불교라는 것에 대해서 자세히 좀 알려주세요. 광범위하겠지만,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기초적인 말씀을 구합니다. 



A1. 불교란

불교란 부처를 가르친다는 뜻이고, 부처란 '깨달음'을 말하는 것이며 깨달음이란 견해와 인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온갖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깨달음은 온갖 생각을 드러내는 근원적인 능력인 것이다. 

생각이란 '세상'이라 일컬어지는 만유, 그리고 그와 불가분의 관계인 감각기관과의 화합으로 이루어지는 정신 활동이다. 눈은 세상의 색깔이 모두 사라지면 무용지물이 되고, 색 또한 눈이 사라지면 그 실체가 증명될 수 없는 빛의 현상으로 이 둘이 화합되면 '보인다'라는 '깨달음'이 이루어지며 그것을 바탕으로 생각을 전개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이란 꿈의 세상, 현실 세상을 막론하고 여섯 가지 '육진' (색, 소리, 냄새, 맛, 감촉, 뜻)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육진과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육근', 즉 '감각기관' (눈, 귀, 코, 입, 몸, 의견)을 제외하고 세상 자체만을 말한다면 '육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여섯 가지는 실체가 없다. 

즉 원소기호는 실체가 없으므로 표본을 만들 수 없다. 그러므로 기호를 이름으로 삼는 것이고, 그 이름의 화합을 물질이라 하니 사실 물질이란 이름뿐인 허공의 화합인 것이다. 예를 들면 물이란 수소라는 허공의 이름과 산소라는 허공의 이름이 화합된 것이고, 두 가지 허공이 화합되었다면 그 결과도 역시 허공일 수밖에 없으나 감각과 만나면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실체가 없는 환상이 곧 물질이었으니 물질에서 드러나는 '육진'은 환상일 수밖에 없고, 그러므로 얻을 수도 없는 것이다. 찰나마다 변화하여 사라지는 색깔, 찰나에 사라지는 냄새 등 모두는 실다운 모습이 없다. 만져지는 감촉도 몸이라는 감각기관이 없다면 증명할 수 없는 생각일 뿐이다. 

감각기관, 즉 몸이란 세상인 '육진'이 없으면 쓸모없는 것이지만 세상을 존재하게 하는 힘이며, 세상을 유용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며 방편이 된다. 이 육근이 육진을 느끼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바로 맑고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울에는 본래 어떤 색도 없어야 모든 색이 드러나듯 눈 자체에는 본래 색이 없기에 외부의 색을 확연히 볼 수 있는 것이다. 눈에 녹색이 있다면 녹내장에 걸린 것이고, 세상은 녹색의 세계가 되는 것과 같다. 귀 자체에도 소리가 없으므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는다. 감각기관(몸)은 각각 느낄 수 있는 대상이 있지만 그 자체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육근'이란 맑고 투명하여 있다는 표현이 합당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 꿈을 보고 듣는 감각기관은 육신으로 이루어진 감각기관이 아니다. 육신으로 이루어진 감각기관(몸)은 변화하며 결국 사라지는 것이지만 꿈을 느끼는 감각기관은 근육이나 물질로 된 것이 아니므로 사라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의 육근이란 영원하고 참다운 '정신의 감각기관'임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실제의 육근인 것이다. 이 정신의 감각기관을 '내 몸'이라고 믿는다면 나는 '투명인간'이다. 

육근과 육진이 이처럼 환상과 같이 있다고 하짐나 그 실체는 없으므로 그 둘에 의하여 드러나는 '생각'은 더욱 허깨비와 같아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생각'이 없다면 '육근'이나 '육진'은 '없다는 것도 없는 것'이 되어 버리니 생각의 근본인 '깨달음'에 본래 갖추어진 세 가지(세상, 몸, 생각)가 어울려 드러나는 것이 현실, 즉 '지금'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공공연한 비밀로 이루어진 것이 이 '세계'고, '실상'이고, '현실'이며 '인생'이었으니 이곳은 '꿈의 세상'이고 '환상의 세상'이며 '깨달음의 세상'으로 오직 '정신세계'인 것이다. 또한 '꿈'도 '정신세계'며 '현실'도 '정신세계'이니 오직 정신 속에만 '과거'와 '미래'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사후세계'도 '정신세계'임이 당연하므로 '지옥'도, '천상'도 모두 '정신세계'일 수밖에 없다. 

이 '정신세계'를 '부처의 세계'라고 하므로 불교란 생사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세계 자체를 알려주는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과학 위의 과학'이라고 하는 것이고, '진실 위의 진실'이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진리를 배우고, 그 실체대로 익히는 것을 '불도수행'이라고 하므로 생활이나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구태여 말한다면 우리의 생활이라는 것이 이미 오해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진실을 찾을 수 있는 지혜의 눈을 주어 생사를 초우월한 채 생사를 지어내는 실감나는 꿈을 만끽할 수 있는 '극치의 즐거움'을 누리게 하고, 대 자유의 가슴으로 악이 있을 수 없는 '환상의 세계' 즉 '천상'을 이 자리에 즉시 건설하는 이익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불교는 그 본래의 가르침이 퇴색되어 돈벌이의 방편이나 미신적 기복신앙의 근원지가 되었으니 불도를 닦는 승려로서 슬픔과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으나 이러한 견해에 박수를 치려는 자들도 없음을 보면 깊은 산중으로 은거하고 싶은 심정만 든다. 

만약 지금까지의 불교를 주장하던 승려라면 자기의 자존심 때문에 외면하고, 호구책의 일환으로 승려생활을 하던 자라면 돈벌이가 끊길까봐 외면하고, 역시 타 종교의 지도자라면 지금까지 주장하던 어리석음이 드러나 지탄을 받을 것이 두려워 외면하고, 어리석은 자들에게는 믿음이 생겨나지 않아서 외면한다. 그래도, 이 모든 어리석은 무명이 난무해도, 역시 그 능력은 정신세계의 법칙이고 그 이름이 위대한 '불법'의 어리석음이니 어찌 완벽한 법이 또 있을 수 있겠는가?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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