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 그리고 10월 15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를 결제(통제) 기간이라고 하고 그 사이 (7.15~10.15, 1.15~4.15)를 해제(통제를 풀다) 기간이라고 합니다. 다른 말로는 하안거(4.15~7.15), 동안거(10.15~1.15)라고도 하지요. 

이 기간에는 스님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한 곳에 머물면서 수행 전진하는 기간으로서 부득이한 일, 또는 주지 등 직책을 맡은 스님을 제외하고는 산문 밖을 나갈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는 부처님 생존시에 만들어진 것으로 결제(안거) 기간은 반드시 한 곳에 머물면서 자신의 공부에 전념하고 해제 기간에 개인적인 일을 보거나 또는 만행(여행을 통하여 여러 가지를 보고 느끼고 배우고 깨닫는 것)을 통하여 한층 더 자신을 갈고 닦는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점차 제도화되면서 하안거 기간을 정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인도의 기후와 큰 관련이 있습니다. 

인도는 여름이 되면 우기가 시작됩니다. 이 때는 습하고 전염병이 돌아 수행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땅 속의 벌레들이 나와서 활동하기 때문에 자연히 살생을 하게 됩니다. 일정한 곳에 있지 않고는 힘든 기간입니다. 그래서 우기의 3개월간은 한 곳에 편안히 머물면서 수행에 힘쓰게 한 것입니다. 안거라는 말도 이러한 뜻입니다. 

따라서 인도에서 안거는 1년에 하안거(여름철 안거) 한 차례 뿐이었는데 불교가 중국,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기후 관계상 하안거 외에 동안거를 두게 되었습니다. 

안거는 스님들의 위계를 정하는 법랍으로도 삼습니다. 간혹 스님들의 약력에 '16안거 성만'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16회의 하안거, 즉 16년 동안 공부하였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안거가 시작되면 신도들은 스님들께 고양을 올리고자 각지에서 찾아옵니다. 수행자 역시 마음이 좀 부풀어 오릅니다. 

"이번 결제 기간엔 용맹정진을 하여 꼭 한소식 해야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석 달 동안 공부를 합니다. 선원에서는 참선을 하고 강원에서는 경전을 읽고.... 석 달이 지나 해제가 되면 이 때도 역시 마음이 설렙니다.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만행, 고행도 하고 그 사이에서 오는 여수도 느끼고... 이리하여 가능한 한 곳에 석 달 이상은 머물지 않습니다. 한 곳에 오래 있으면 정이 들고 정은 애착을 낳고 애착은 수행자를 번민으로 몰고 갑니다. 조금은 감상적이고 문학적인 것 같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엄격했고 지금도 선원 강원 율원에선 여전합니다. 

또 결제날과 해제날에는 방장이나 조실스님의 법문이 있습니다. 법상에 올라가 '쾅'하고 주장자를 한 번 치면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그만 깨닫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또 해제일에는 자자라는 독특한 참회의식도 갖습니다. 안거기간에 자신이 행한 여러 가지 잘못을 대중에게 고백하고 반성하는 겁니다. 이러한 참회의식(자자)을 통하여 잘못을 고치고 또 선지식(훌륭한 스승)으로부터 지도를 받는 것입니다. 참 좋은 제도지요. (윤창화)

Posted by 파노카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