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불이 말했다: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으며 영원하신 분,

그리고 교활하지 않은 스승으로서

이 세상에 오신 당신께 묻습니다.

고뇌의 밧줄에 묶인 이 사람들을 대신하여

그들의 언어로 당신께 묻습니다.


수행자는 저속한 무리들과 휩쓸리는 게 싫어서

인적이 드문 곳이나 나무 밑,

그리고 묘지 부근을 좋아하며

때로는 산의 동굴 속에 머물기도 합니다.

* 그 당시 수행자들은, 특히 불교 수행자들은 묘지나 화장터 부근을 명상의 최적지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런 장소는 인간의 육체가, 일생 동안 아끼던 것이, 어이없이 썩거나 불에 타서 재가 되는 광경을 분명히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으로써 생존에 대한 이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려진 인간의 진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지금도 인도네 네팔에 가면 강가 도처에서 시체를 내다 태우는 광경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 모든 곳에서 언제나

그 나름대로의 어떤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수행자는 이런 적막한 곳에 있더라도

두려움에 떨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 영원한 땅(니르바나)을 찾아가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위험이 뒤따르게 마련입니다.

수행자는 멀리멀리 외딴 곳에 있더라도

이 모든 위험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진리의 길을 가는 사람은

어떤 말을 해야 하며 어떤 행동을 해야 합니까.

또 그가 지켜야 할 계율과 맹세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오직 자기의 길만을 가고 있는

현명하고 생각이 깊은 저 수행자는

어떻게 해야 마음에 묻은 먼지를

모두 털어버릴 수 있습니까.

금세공이 은에 묻은 은의 때를 멋겨내듯.


스승의 답:

저속한 무리들과 휩쓸리는 게 싫어서

인적이 드문 곳에 기거하며

깨달음을 체험하려는 사람이,

진리의 길을 가는 사람이 해야 할 것에 대해

사리불이여, 지금부터 나는

내가 아는 대로 그것을 말하리라.


생각이 깊으며

분수를 지킬 줄 아는 현명한 저 수행자는

다음의 다섯 가지 공포에 떨어서는 안 된다.

파리와 모기, 뱀과 사악한 인간들,

그리고 네 발 짐승(맹수)에 대한 공포


이교도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의 세력이 붙같이 치솟더라도

수행자는 오직 진리만을 추구하면서

이 모든 고난을 묵묵히 참고 견뎌야 한다.


병고와 굶주림,

그리고 추위와 더위를 능히 참고 견뎌야 한다.

이런 것들이 사방에서 엄습해 오더라도

집 없는 구도자는

부디 용기를 잃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


주지 않는 것을 빼앗지 말라.

헛된 말을 하지 말라.

약한 것이건 강한 것이건

살아 있는 이 모든 것에 대하여

언제나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그리고 마음의 동요를 느끼거든

악마의 무리라 생각해서 가차없이

이를 버려야 한다.


노여움과 오만에 지배되지 말라.

이 두 놈을 뿌리채 뽑아 버려라.

유쾌함과 불쾌함.

이 두 가지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혜를 제일로 중요시하라.

선을 사랑하라.이 모든 위험을 뚫고

지나가라.

외진 곳에 기거하면서

모든 불편을 능히 참아야 한다.

그리고 다음의 네 가지 걱정을 극복하라.


"무엇을 먹을까. 어디서 먹을까.

어젯밤은 편안히 자지 못했다.

오늘밤은 어디서 자야 하는가."

집을 버리고 진리의 길을 가는 사람은

이 네 가지 걱정을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적당한 때에 음식과 의복을 구하고

얻은 것으로 만족해 해라.

수행자는 옷과 음식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다.

인가를 지날 때는 조심스럽게 갈 것이며,

욕설을 먹더라도 거친 말로 대꾸하지 말라.


아래만을 보면서 갈 것이요.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말라.

명상에 전념할 것이며 언제나 깨어 있으라.

마음을 편안히 갖고 근심과 걱정을 분에 넘는 바람,

그리고 지나간 일에 대하여 지나친 후회는 삼가라.

* 이는 출가수행자가 지켜야 할 일반적인 유행법(걷는 법)이었다. 아래만을 보면서 걷는 이유는 길 위에 기어가는 벌레들을 밟지 않으려는 것이다. 행여 벌레들을 밟게 되면 죄 없는 한 생명이 내 발 밑에 깔려 죽기 때문이다.

"생명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밤이나 낮이나 괴롭더라도 땅 위를 잘 살펴보면서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마누법전> (제6편 8)


다른 사람에게 충고를 받으면 진심으로 감사를 해라.

같은 동료들에게 자기 주장만 너무 앞세우지 말고

감정을 다치게 말하지 말라.

그때 그 장소에 어울리는 말을 할 것이며

남을 헐뜯으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라.


이 세상에는 다음의 다섯 가지 순수하지 않은 것이 있으니

조심스럽게 이것들을 제압하도록 하라.

형상, 소리, 맛, 냄새, 감촉, 

이 다섯 가지에 대한 지나친 탐을 제압하라.


수행자는 이것들에 대한 욕망을 절제하라.

진리를 깊이 사색하고 정신을 집중해서

무지, 이 암흑을 제거하라.








Posted by 파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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