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말씀]중생이 앓으니 나도 앓는다
중생이 앓으니 나도 앓는다
모든 중생이 앓기 때문에 나도 앓는다
보살의 병은 대비심에서 일어난다
문수보살은 앓아 누워 있는 유마힐을 문병하기 위해 여러 대중들과 가이 바이샬리로가서 그에게 문안하였다.
"병환은 좀 어떠십니까? 부처님께서도 안부를 전하셨습니다. 병은 어째서 생겼으며,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을까요?"
유마힐이 대답했다.
"모든 중생이 앓기 때문에 나도 앓습니다. 만약 중생의 병이 나으면 내 병도 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살은 중생을 위해 미혹의 세계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미혹의 세계가 있으면 병도 있게 마련입니다. 만약 중생들이 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보살도 병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보살의 병은 대비심에서 일어납니다."
<유마경 문질품>
대자란 모든 중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고, 대비란 모든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는 일이다.
또 대자는 기쁨과 즐거움의 원인을 중생들에게 주고, 대비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원인을 그들에게 준다.
* 비는 범어 카루나를 번역한 말인데, 그것은 신음한다는 뜻. 고통을 못 이겨 끙끙대며 신음하는 소리이다.
이웃이 신음하는 소리를 들으면 그대로 있을 수 없는 것이 보살의 생태이다. 중생이 앓기 때문에 나도 앓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뜻. 그와 같은 사랑을 가리켜 동체대비라고도 한다. 내 몸처럼 슬퍼한다는 것.
세상이 다 앓고 있는데 나 혼자 건강할 수 있을까. 내 이웃이 굶주리고 있는데 우리집만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까. 온갖 공해 때문에 제 명대로 못살겠다고 하는 이 판국에,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남의 나라 공해 찌꺼기까지 들여오게 할 수 있을까. 하기야 비상사태 하에서도 골프채를 꼬나쥐고 평상시의 오락을 즐기는 동포들도 적지 않았던 풍토니까.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눌 줄 아는 비의 윤리가 보편화될 때 우리들도 남들처럼 의젓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생물은 다 행복하라. 태평하라. 안락하라.'
생사의 세계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거기 물들지 않고, 열반의 세계에 있으면서도 생사의 바다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 보살의 행이다. 모든 중생을 사랑하면서도 그 애정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보살의 행이다.
<유마경 문질품>